[한경에세이] 누구나 저마다 꽃말이 있다

입력 2021-09-05 17:55   수정 2021-09-06 00:41

우리 기관 직원들은 매년 ‘꽃 사진 공모전’을 열고 우수작을 추려 다음해 달력을 만든다.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꽃 사진과 좋은 의미의 꽃말을 함께 담은 달력은 새해를 활기차게 시작하는 기분 좋은 선물이 되곤 한다. ‘꽃 싫어하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꽃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필자가 제안해 시작한 것인데, 휴대폰을 살펴보니 지난 8년 동안 취미 삼아 찍은 꽃 사진이 어느덧 2만 장이 넘었다.

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주지만 이름 모르는 꽃들을 발견하고 알아갈 때 더 재미가 있다. 겉보기와 달리 의외의 꽃말을 가진 것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예컨대 요즘 길가나 공원에 한창 피어 있는 수크령은 벼처럼 생긴 소박한 야생화다. 평범한 모습에 그냥 지나쳐버리기 쉽지만 ‘가을의 향연’이라는 꽃말을 알고 나면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옹기종기 모인 풀들이 내는 바스락 소리에 가을이 오고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작두콩꽃도 그렇다. 연분홍색의 자그맣고 귀여운 꽃이지만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란 희망찬 꽃말을 품고 있다. 이처럼 숨어 있는 속뜻을 알게 되는 과정은 꽃에 더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해준다.

꽃에 꽃말이 있듯 사람도 누구나 보이지 않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런 이야기는 꽃을 보는 마음으로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서민’이라고 하면 ‘일반 사람’을 말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서민을 ‘실패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한발짝 다가가서 만난 서민들은 모두 그 누구 못지않게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분들이다.

코로나19로 소득이 반으로 줄어 고금리 대출을 받아 어렵지만 연체 없이 갚으려고 애쓰는 보습학원 직원, 암에 걸려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재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의점 사장님 등 서민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최근 배달노동자에게 막말을 한 대학생 관련 뉴스를 보고 많은 이들이 분노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땀 흘려 일하는 분들을 ‘못 배운 사람’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에 나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되어가는 요즘,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배달노동자, 청소노동자, 간병인들이다. 오히려 그분들의 노고를 실질적으로 보상해주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꽃을 보듯 누군가를 더 깊이 진정성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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